[책] 건축에게 시대를 묻다: 민현식의 한국 현대건축 읽기

저자인 건축가 민현식은 주목할만한 건축물로 웰컴시티, 허유재병원, 쌈지길, 파주출판도시, SK빌딩, 기적의 도서관, 한국전통문화학교, ㅁ자집, 자두나무집, 필당, 양재287.3, 의재미술관, 선유도공원, 서귀포 월드컵경기장, 교문사, SJW 패션사옥, 박수근미술관, 서울시청 직장 어린이집, 아트레온, 카이스갤러리, 두가헌을 꼽고, 이들의 설계자들을 "지적 감수성을 가지고 시대를 묻는 건축가들"이라고 상찬한다.
건축가인 민현식의 건축적 사유를 통해 이들 건축 공간은 말이 되어 우리의 머릿속을 파고 든다. 그는 총4부로 구분해, 크게 4가지 화두를 던지고 있다.
1부는 이 시대, 우리의 도시(웰컴시티, 허유재병원, 쌈지길 등), 2부는 일상 공간에 대한 질문이다. 그는 '삶의 본원적 가치에 대한 질문'을 하는 건축물로 SK빌딩(변화가 없으면 진보도 없다), 기적의 도서관(시민사회가 만드는 건축), 한국전통문화학교(열린사회를 지향하는 이 시대의 대학 캠퍼스), ㅁ자집(이 시대의 피난처), 자두나무집(흙건축에서 복원된 우리의 오래된 가치) 등.
3부는 풍경이다. '편집된 풍경 또는 풍경의 편집'에서 양재287.3에서 선유도공원에 이르는 풍경의 여정을 말로 풀어내고 '도시의 지형을 새롭게 구축하는 건축'으로 SJW 패션사옥을 지목한다.
4부는 '감각의 디자인, 경험의 디자인: 우리들의 기억과 욕망'이다. 서울시청 직장 어린이집은 이야기꾼으로의 건축으로 해석되고, 아트레온은 현상학으로의 건축으로 읽혀진다. 산책길에 마주쳐 나에게 익숙한 두가헌은 '오감으로 체득되는 건축'이라니, 나는 이 중 '몇감'이나 느껴봤을까. 카이스갤러리는 행위가 현상으로 재현되는 공간이라고 하니, 꼭 찾아가 보고 싶어진다.
이 책의 미덕은 시간으로는 현재, 공간으로는 바로 우리나라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몇년 동안 새롭게 시도된 건축을 통해, 이 시대의 건축을 볼 수 있어 좋고, 또 우리 곁에 있는 공간들이라 더 의미있게 느껴진다. 내가 가본 건물도 몇개 있어 반가웠다. 다른 곳들도 발이 닿을 수 있는 곳에 있어 더 반갑다.
건축물을 소개하는 책을 보면, 주로 해외여서 '그림의 집'일뿐이었는데 현실의 영역으로 내려온 것 같이 느껴진다. 각 장마다 해당 건물의 평면도와 입면도 등 기본적인 도면이 포함되어 사진만으로 볼 수 없는 공간의 내면을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좀 어렵다. 최종 결과물인 건축은 나같은 이에게는 지극히 현실적으로만 보인다. 기획이나 설계 단계에서는 추상적 개념을 두고 건축화하는 과정이 있을테니, 그리보면 완성된 현실 공간을 추상적으로 해석하는 것도 당연한 과정일지 모르겠다. 그런 설명은 늘 알듯 모를듯 한데, 이 책에서도 역시 그랬다. 나의 무지함이 이해의 걸림돌이겠지. 그렇다해도 현대 한국 건축의 새로운 시도들을, 사진과 도면과 함께 건축가에게 직접 설명 듣는 기회만으로도 여전히 즐거운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