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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7/13 그는 수고롭게 사과 따위는 하지 않았다
  2. 2007/01/06 [소설] 안녕 내사랑 (1)

Aladdin

그는 수고롭게 사과 따위는 하지 않았다

이 소설 <호수의 여인>을 읽지 않고는 영화 <차이나타운>을 말하지 말라더니, 정말 그랬다. 그 문구가 느낌을 규정했을수도 있지만, 아무튼 그랬다. 형사도 여자도 분위기도, 스토리도 그랬다.
한꺼번에 읽지 않고 읽다말다 해서 그런지, 너무너무 재미있게 읽지는 못했지만, 부족하진 않았다.
스토리와 상관없이 이런 문구들이 나는 너무 즐겁다. 이런 말을 해대는 캐릭터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는 수고롭게 사과 따위는 하지 않았다.

-... 두터운 책상용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그 일을 하는 데 꽤나 뜸을 들였다. 내 시간 따위는 중요하지 않은 것이었다.

-그의 개인 사무실은 지극히 개인 사무실다웠다...

-그는 무엇인가를 기다렸고 나는 아무런 이유없이 그와 함께 기다렸다. 의사들도 전화를 많이 걸고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한다. 의사들도 창밖을 내다보고, 의사들도 얼굴을 찡그리며 불안해한다. 의사들도 마음속에 무언가를 숨기고 있으며 긴장감을 내비치기도 한다. 의사들도 단지 사람일뿐이고 우리들처럼 슬픔을 알기 위해 태어나고 길고 잔인한 싸움을 해나간다. 그런데 이 의사가 행동하는 태도에는 뭔가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면이 있었다. ...

-이 사건은 그에게는 끝난 일이었다.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그는 이 일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그는 심지어 씁쓸한 마음도 갖지 않았다.

-나는 시계를 보았다. 9시45분. 집에 가서 슬리퍼를 신고 체스 게임 한판 할 시간. 시원한 칵테일 한잔 마시며 오랫동안 조용히 파이프 담배 한대 피울 시간. 발을 높이 올려놓고 앉아서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시간. 잡지를 펴들고 하품을 하기 시작하는 시간. 인간으로, 가장으로, 단지 쉬는 것 외에는 아무 할 일도 없는 남자로 돌아가 저녁 공기를 들이마시며 내일을 위해 기력을 회복하는 시간.

-"충분히 아프지만 나아가고 있습니다."

-나는 프롬셋을 보았다. 그녀는 천장에서 눈길을 내려 내 머리 꼭대기에 눈길을 고정시켰다. 눈에는 아무것도 담겨 있지 않았다. 그 눈은 내려진 커튼 같았다.

-나는 싱긋 웃었다. 그 웃음은 세상에서 가장 진심어린 웃음이라고 할 수 없을지 모르지만, 웃음은 웃음이었다.

-문제는 흠씬 두들겨 맞은 탐정이 그걸 해낼 수 있겠느냐는 것과, 그것이 가능하다 해도 어떤 수확이 있겠는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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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안녕 내사랑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안녕 내사랑(Farewell, my love) 레이먼드 챈들러(Raymond Chandler), 북하우스. 박현주 옮김

제목탓이다. 이 책을 고른 이유가 말이다. 추리소설이 이렇게 낭만적인 제목이어도 되는거야, 하면서 집어 들었다. 머리 풀어헤친 시체 그림 없는, 타이포그라피만 있는 깔끔한 표지도 마음에 들었다.

10장을 넘기기도 전에, 필립 말로의 매력에 훌러덩 빠지고 말았다. 그의 심드렁하고 쿨하다 못해 썰렁한 태도가 매우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그의 본질은 섬세한 인간이다. 사소한 점에서 캐릭터를 잡아내고 상황을 귀신처럼 파악해낸다. 얄밉도록 섬세하고 이성적인 탐정이다.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그의 유머다. 평소 개그맨에게 노벨 평화상을 줘야한다고 생각하는 나는, 그의 유머가 미치도록 사랑스럽다. 마음에 드는 문구들을 적다보니 매우 길어졌다. 사실 책 한권이 거의 마음에 든다고 할 수 있다. 고맙게도 레이먼드 챈들러는 필립 말로를 주인공으로 여러 책을 써놨다. 그 책들을 읽으면서 느낄 행복에 벌써부터 만족스럽다. 2007년 1월은 필립 말로 추적의 달로 결정.

마음에 드는 문구들. 너무 많다.
특히 사람을 묘사하는 표현이 놀랍다. 섬세하고 유쾌하고 날카롭다.
본인이 처한 상황을 파악하고 결단하는 프로세스도 남다르다. 개성과 황당의 경계선쯤. 나같은 이에게는 즐거운 개성. 누군가에겐 미친 똘아이.

마음에 드는 문구들.

나는 호텔 생수시를 나와 길을 건너 내 차로 갔다. 일은 너무 쉬워 보였다. 지나치게 쉬운 것 같았다.

발끝은 가려웠지만 은행 잔고가 여전히 바닥을 기고 있었다. 나는 목소리에 꿀을 발라 달콤하게 말했다. 전화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매리엇씨, 이따 뵙죠.
그는 전화를 끊었고 그걸로 끝이었다. 렘브란트 선생의 얼굴에 희미하게 비웃는 듯한 표정이 떠올랐다. 나는 서랍 깊숙이 숨겨놓은 사무실용 술병을 꺼내서 한잔 마셨다. 그러자 렘브란트 선생의 얼굴에서 비웃는 빛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 그렇죠. 가만있자, 당신 이름이…” 그는 기억을 되살리는 듯 이마를 찡그렸다. 그래 봤자 중고차의 족보만큼이나 사기성이 짙은 행동으로밖에는 안 보였다. 나는 잠깐동안 그를 그대로 내버려두었다가 입을 열었다. 필립 말로입니다. 오늘 오후에도 같은 이름이었는데요.

"특별히 선량한 사람들이나 협박을 당하는 법입니다." 그는 담배를 흔들었다. 담청색 눈에 신중한 빛이 희미하게 떠올랐지만 입은 미소짓고 있었다. 비단으로 만든 교수형 올가미에 어울릴 만한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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