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L의 후배가 일하는 출판사, 낭기열라. <걸리버여행기>에 나오는 이상향 지명에서 딴 이름이라는데... 아무래도 한국어로 연상되다보니 늘 무엇인가에 열내고 있는 듯이 느껴진다. 열라 낭만적인 이런 느낌이 연상된다고나 할까. 아무튼, 이 재미있는 이름의 출판사는, 청소년을 위한 '참으로 좋은' 책들을 번역해 출간하고 있다. L덕분에 알게 되었고, L에게 빌려 3권을 읽었는데, 모두 매우 인상적이고 훌륭했다. 심지어<씁쓸한 초콜릿>은 나같은 사람도 훌쩍이게 만들만큼 감동적이기까지. <엠 아이 블루>와 <씁쓸한 초콜릿>에 이어, 지난 주에 3번째 책으로 <안녕, 오즈>를 읽었다. (앞선 두권에 대한 소감도 쓰고 싶지만, 나중에...)
<안녕, 오즈>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주 만족이다. '스무 살, 아직 연애 한 번 제대로 못 해본 소심쟁이 루카스의 좌충우돌 오즈 여행기'라는 부제를 단 이 소설은, 유쾌상쾌통쾌하다. 물론 주인공이 아닌, 독자의 입장에서 그렇다는 말이다. 사소한 문제 하나에도 "학생, 당장 목을 메도록!"이라고 평가하는 교수와의 수업이 소설의 도입부다. 세상에, 무슨 맞춤법 하나 틀리는 수준에도 이 교수는 계속 목을 메란다. 별... 미친 교수법도 다있지. 아무리 소설에 나오는 캐릭터지만, 짜증이 밀려온다. 주인공도 나와 같은 심정이다. 사소한 문제로 또 목을 메라고 하자, 주인공 루카스는 강의실을 박차고 나와 그 길로 여행을 떠나버린다. (대책없는 여행도, 나와 비슷하군. 흠..) 어디로 갈 것인가. 이 아이는 호주로 떠난다. 스스로를 사자머리를 한 양철 허수아비로 여긴 이 아이는, 무슨 근거인지 모르겠는데,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오즈가 호주라고 여긴 것이다. 여행지까지 여기저기 떠돌다, 운명처럼 '도로시'를 만나게 된다. 이런... 줄거리를 쓰고 보니, 개연성없는 황당한 스토리에 재미도 매우 없게 보이는데... 작가에게 미안하군. 그렇지 않다. 매우 재밌다. 의심하는 분들을 위해, 한단락만 발췌함. 더 재밌는게 많은데, 이 대목의 눈에 띈다. "나는 감상적인 인간이다. 인정한다. 조금 전에 정말 창피스러울 정도로 흐느껴 울었다. 그 모든 게 단지 영화관에서 '포카혼타스'를 봤기 때문이었다. 나는 이 애니메이션이 해피엔드로 끝나지 않는다는 걸 알지 못했다. 두 연인이 비록 서로 사랑하지만, 마지막에 헤어진다는 걸 알지 못했다. 이런 걸 가리켜 이곳 사람들은 'too close to home(아픈 곳을 콕 찌르다)'이라고 한다던데 정말 그랬다. 빌어먹게도 'too close to home'했다. 나는 기르던 햄스터가 증기 롤러에 치어 죽은 다섯 살짜리 꼬마처럼 흐느껴 울었다. 해피엔드가 아닌 디즈니 만화라니! 세상이 어찌 되려고 이러는 거지? 디즈니마저도 믿을 수 없다면 뭘 믿으라는 거야? ..." 아무튼, 독일작가 요헨 틸의 <안녕, 오즈>는 방황마저도 빛나는 20살 소심쟁이가 여행을 다니며 성장하는 코믹청춘 소설로,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구태의연하지 않다는데 있다. 독일이든 호주든 그 나이때 고민도 방황도 대충 비슷한데 풀어내는 방법이 신선하다. 그리고 그게 너무 안드로메다로 가지도 않고 대체로 공감이 간다는 것이 두번째 미덕이랄까. 지난 목요일, 비 오는 날 외출하는 것 매우 싫어하는데 출근을 해야해서, 청량제 삼아 읽었는데, 아주 만족이다. 나도 루카스처럼 나의 오즈로 떠나면 도로시나 토토를 만날 수 있겠지, 라고 믿어버리게한 낭만적인 소설이다. 그래서 대책없이 공상에 빠지도록 하는게 부작용이라면 부작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