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20일
실제로 결과를 보니 참담했다.
쓰레기통에 처박힌 기분이다.
출근길이 매우 우울하다.
크리스마스 인사를 먼저 건네려다 멈칫했다.
지금 너가 한가하게 연말인사나 건넬 상황이냐고, 손가락질 받을 것만 같았다.
그냥 디테일한 실무에 코를 박고 신문이며 뉴스며 다 끊어버리고 싶은 요즈음이다.
대통령의 정책이나 비전은 없고, 범죄사실이 논란이 되는 선거라니.
그런데도 좀처럼 변하지 않는 지지율은 더 절망스럽다.
내일이 두려운 오늘이다.
"국민 여러분, 성공하세요"
창업을 위한 직업교육센터 홍보문안이 아니다. 피라미드식 다단계 교육장도 아니다. 다이어트 용품 판매장도 아니다. 선거일이 60일도 채 남지 않은 2007년 10월 25일 현재,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인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공식 대선 슬로건이다. 세상에... 점입가경이란 이런 때를 두고 말하는 것인가.
오로지 돈,돈,돈을 위한 무한경쟁 외에는 별다른 철학이 없어보이는 그의 정체성을 '성/공/하/세/요'라는 다섯자로 명확하게 그대로 대변한다는 점에서, 이 대선 슬로건은 아주 쪽집게도 이런 쪽집게가 없다. 삼성 출신과 제일기획 출신으로 선대위 영입된 분들의 작품이란다. 놀랍기는 놀랍다. 더 넘치고 모자람도 없이 다섯자로 이명박 후보의 '돈과 무한경쟁 지상주의'를 완벽하게 뽑아낸 그 능력이 놀랍고, 이렇게 '공식' 슬로건으로 온세상에 공표한 그 배짱이 놀랍다.
대통령에게 거는 국민의 기대는 각양각색일 수 있고, 호불호도 다양할 수 있다. 그러나 세상에는 기본이라는게 있다. 물론 우리는 기대한다.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을 지니고, 남과 북, 동과 서, 빈부와 세대의 격차들을 아우르며 품어 안고, 새로운 대한민국의 역사를 열어갈 능력과 비전만큼이나 통합력을 지닌 대통령을 원한다. 그러나 대선을 불과 두달도 남겨놓지 않은 이 상황에, 이런 희망들은 허황되다 못해 우습기까지 하다.
각 후보가 정책을 갖고 나와 토론하며 국민과 함께 향후 대한민국의 비전을 설계하며 화합과 해법을 만들어가는 자리까지는 기대도 안하겠다. 대선이 두달도 남지 않은 이 시점에도, 동네 개똥보다 보기 어려운게 각 후보들의 제대로된 공약들이다. 그저 구호와 이미지만 난무한다. 몇달전부터 유력한 대선후보라는 이명박 후보 역시 마찬가지다.
'성공'을 '공식' 구호로 삼는 그가 대통령이 된다면, 우리사회는 어떻게 될까. 국가 시스템은 오로지 '효율과 성과' 위주로 짜여지고 정책 방향은 '이윤과 성공을 위한 온국민 무한경쟁 프로젝트'로 나가겠지. 이 미친 경쟁 시스템에서 살아남을 1%의 소수가 거머쥘 '무한 보상'과 99%의 다수가 겪어야 할 '무한 고통'. 이를 양산할 이명박표 경쟁 시스템은 '피도 눈물도 있는 무한경쟁'일 것이다. 패배한 자들이 흘릴 피와 눈물 투성일테니. 온 국토가 축축해지겠네. 그 피와 눈물 모아모아 경부운하 물로 쓰면 아주 딱 맞아 떨어지겠다.
상식이라도 갖춘 대통령을 원한다. 참담하다. 혜안에서 통합력까지 희망하던 눈높이는 어느새 발바닥으로 내려앉고 있다. 정치판만 대면하면 국민의 눈높이는 이토록 낮아진다. 이번 대선은 특히나 심하다. 어찌해야할까. 아침해는 밝아오는데, 대선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